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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시대별 서양 미술

[서양미술사] 중세 미술 / 고딕 예술(Gothic Art)

by 루피누나 2024. 4. 1.

 

 이전 포스팅에서 소개하였던 로마네스크 미술에 이어 고딕 예술을 소개합니다. 중세 미술의 한 획을 긋는 이 예술사조는 12세기말 북부 프랑스로부터 점차적으로 발달합니다. 로마네스크 양식과 마찬가지로 건축 양식이 먼저 발달하기 시작하여 회화, 조각 등도 덩달아 발전하였습니다. 고딕의 어원은 '고트'에서 나온 것으로 중세미술을 야만적으로 생각했던 르네상스 시대에 '고딕'이라고 부른 데서 기원하였습니다. 이 용어는 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인들에 의해 시작됩니다. 이는 기존에 지어진 프랑스 대성당 건축의 특징들이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예술처럼 당시 이탈리아 예술가가 추구한 조화롭고 이상적인 고전 양식과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문화 파괴를 일삼는 고트족의 취향처럼 야만적이라는 의미를 내포하였습니다. 이러한 고딕 양식은 프랑스에서 처음 유래한 이후로 서유럽 전반과 알프스 북부로 두루 발전하였으며, 오늘날 중세 후기 예술 사조를 나타내는 고유명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고딕 미술 운동은 15세기경까지 계속되어 르네상스로 이어집니다.

 

고딕 예술의 시작과 특징

 13세기, 14세기 당시 서유럽 등지에서 성행한 고딕 양식은 우리가 지난 포스팅에서 알아본 11세기, 12세기 초 로마네스크 양식으로부터 기술적으로 발전하여 현대적이고 획기적인 마감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고딕 양식 또한 로마네스크와 마찬가지로 당대의 시대적 변화와 더불어 종교적 배경을 바탕으로 전개되었습니다. 12세기 후반부터 200여 년간 지속된 십자군 원정은 동서양을 잇는 교통을 발전시켰는데 이는 도시와 상공업이 발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로마네스크 시기 수도원의 영향 아래 외곽에 지어졌던 교회 건축물들은 도시가 발달하면서 왕권 강화를 원했던 왕가의 전폭적인 지지와 부유한 시민들의 후원으로 인해서 도시 안에 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건축된 대성당은 '신의 집'이자 종교, 문화, 교육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로마네스크 건축과 비교했을 때 고딕식 건축은 높은 첨탑으로 하늘로 향하는 수직선이 강조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육중한 벽과 기둥보다는 가냘프고 넓은 창을 가진 내부 구조로 신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염원을 신비롭고 경건하게 나타내었습니다. 고딕식 성당의 내부는 프레스코화 대신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인데 내부가 두꺼운 벽으로 둘러싸여 어두컴컴했던 로마네스크식 성당과는 다르게 빛에 의한 아름다운 채색 효과로 그 아름다움의 진수를 나타냅니다. 주로 모양에 맞춰 자른 유리를 납으로 된 테에 끼워 그림의 조각을 조립하고 필요시 쇠로 보강하여 창을 만드는 과정을 거쳤고, 그림의 내용은 성서의 설교화이거나 성자의 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어두운 성당은 영롱하게 비치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색과 빛 속에 완전히 종교적인 분위기로 압도됩니다. 고딕 양식의 대표적인 건물은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 빈의 슈테판 성당, 쾰른 대성당, 바르셀로나 대성당 등이 있습니다. 고딕 양식은 건축물의 조각, 회화 등과 함께 공예 미술 등의 여러 분야로 파급되었지만 비단 미술 사조뿐만 아니라 신의 은총, 빛, 전통의 전승 등과 같은 당시 정신세계를 반영하는 철학 체계와 함께 발전합니다.

바르셀로나 대성당
고딕 건축 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성당

 

스페인의 고딕 양식

 스페인의 회화는 로마네스크식에서 고딕식 회화로 갑자기 변화하지 않고 점차적으로 진화합니다. 스페인의 고딕식 회화를 특징짓는 요소가 있다면 로마네스크 화풍이 진행된 상태에서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외국의 영향이 가해지고 그 위에 스페인에 남은 이슬람계 양식의 장식적 요소가 어우러져 개성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옛 화풍의 자취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로마네스크 양식의 회화 개념은 현실 세계로부터 받는 영감이 차츰 증가함에 따라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자연의 묘사가 좀 더 상세해지고, 감정 표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표현 방식이 점점 더 인간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스페인에 두 갈래의 고딕 양식이 들어옵니다. 프랑스에서 온 전통 회화 양식과 이탈리아에서 온 비잔틴 계통의 양식입니다. 초기엔 프랑스 양식이 강세여서 프랑스 고딕이란 명칭이 생깁니다. 후에 1320년경 이탈리아 양식이 침투하기 시작해 그 후 2세기 동안 성장을 계속해  결국은 프랑스식을 완전히 잠식해 버립니다. 이탈리아 고딕은 공간에 대한 인식과 더 상세하고 향상된 인체 해부학에 대한 연구에서 오는 세심한 인체 표현, 볼륨과 색채를 결정하는 빛의 표현에 더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 안에서도 여러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프라도 미술관에서 이탈리아 고딕 양식을 제일 잘 보여주는 예는 피렌체 스타일로서 구성의 유연성과 인체의 세부정 표현, 인물들의 근엄한 표정이 특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