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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시대별 서양 미술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의 역사 / 세계 3대 미술관 / 마드리드 필수 여행 코스

by 루피누나 2024. 3. 27.

세계 3대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 전경
세계 3대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 전경

 

프라도 미술관의 시작

 

 마드리드에 살면서 제가 가장 먼저 소개해 드리고 싶었던 곳은 바로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유명한 프라도 미술관입니다.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여행객이 다녀간 명소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깊이 프라도의 역사를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날 프라도 미술관이라고 알려진 이곳은 1819년 11월 19일 처음으로 '왕립 회화 미술관'이란 이름으로 대중에게 문을 열었습니다. '왕립'이기는 했지만 귀족과 왕족, 혹은 성직자만이 즐길 수 있었던 모든 귀중한 예술품을 일반 국민들도 즐길 수 있게 하려는 목적으로 당시의 국왕 페르난도 7세가 추진하여 설립되었습니다. 처음엔 현재의 시벨레스 광장 근처에 있던 부에나비스타 궁전을 미술관으로 사용할 생각이었으나 미술관으로 개조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음을 알고 난 후, 1811년에 후안 데 비야누에바가 건축한 산헤로니모 건물을 미술관 본부로 이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814년 5월 페르난도 7세가 스페인 독립 전쟁이 끝나고 마드리드로 돌아옴과 동시에 미술관 설립 계획은 속도를 더했으며, 그가 도착한 지 몇 달 안에 모든 준비 작업이 끝나고 페르난도 7세의 후원하에 그의 개인 자금으로 프라도 미술관이 탄생합니다. 이는 루브르가 탄생한 과정과는 매우 대조적입니다. 루브르는 프랑스혁명이 한참일 때 국유화 황실의 소장품들과 교회, 귀족들로부터 탈취한 작품들을 모아서 생겨났다면, 프라도 미술관의 소장품들은 대부분 스페인 왕실의 컬렉션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프라도의 소장품들은 특유한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프라도 미술관은 모든 시대와 장소, 학파와 예술 세계의 각 동향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모아 놓은 미술 백과사전 같은 곳이 아닙니다. 그리고 루브르처럼 나폴레옹 황제의 그늘에서 성장하여 전쟁을 통해 이탈리아, 그리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같은 곳으로부터 프랑스로 수집되어 온 미술품이 즐비한 박물관도 아닙니다. 프라도 미술관은 15세기부터 스페인을 다스려 온 왕가의 특별한 취향과 미술품 수집에 대한 열정, 그리고 예술에 대한 사랑으로 태어난 곳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미술관 중 하나인 이곳은 제일 크거나 제일 완벽한 미술관은 아니지만 그 소장품이 가장 일관성 있고 깊이가 있는 곳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고난의 순간과 대규모 확장

 설립 이후로 작품을 위한 공간 확장을 이루어나가던 프라도 미술관은 1936년 스페인 내전 당시 가장 큰 위기를 겪었습니다. 내전으로부터 프라도의 소장 작품들을 보호하기 위한 위원회를 조직하고 작품들의 훼손을 막기 위해 건물에 보강 시설을 설치하기도 하였는데, 이때 파블로 피카소가 프라도의 관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얼마 후 주요 작품들을 발렌시아로 옮기기로 결정했다가 카탈루냐 지방으로 다시 옮기기도 하였는데, 1939년에는 다양한 국가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스페인 귀중 예술품 구조 위원회가 결성되어 국제 연맹의 보호 아래 안전한 제네바로 옮겨져 전시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나자 새로 스페인 정부는 작품들을 돌려받기 위해 협상을 시작하여 그해 7월 7일 프라도 미술관은 다시 개관하게 되었으며 9월에는 모든 작품이 돌아오게 됩니다. 

 전쟁이 끝나고 작품들이 제자리를 찾은 후 프라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항상 그랬듯이 작품들을 보관하고 제대로 전시할 공간이 충분치 않은 것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야누에바 건물을 두 번에 걸쳐 확장하는데 첫 확장 공사는 1954년과 1956년 사이에 이뤄졌고, 두 번째 공사는 1964년과 1968년 사이에 행해집니다. 하지만 세월이 자꾸 흐르면서 더욱더 절실해지는 것은 전시 공간이 부족한 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경제 발전과 여행객의 증가, 예술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나날이 늘어나는 방문객을 대처할 방법과 현대적 미술관이 갖춰야 할 여러 편의 시설의 필요성이 점점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리하여 1992년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이 개관하며 피카소의 「게르니카」 전시를 시작하게 되면서 1995년 레이나 소피아와 프라도는 19세기와 20세기의 작품들을 재구성하여 나눠 가지게 됩니다. 이후 2007년 대규모 확장 프로젝트를 통해 전통적인 건물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과 기술을 활용하여 미술관의 기능성을 향상하는데 이는 설립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확장 공사였으며 현재까지 미술관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데 기여하게 되었습니다.

 

작품 관람 포인트 

 1819년 설립 이후로 200년이 지나는 동안 프라도 미술관은 꾸준히 소장품을 늘리며 성장해 왔습니다. 엘 그레코를 비롯한 다른 유럽 대가들의 작품 역시 스페인 왕가의 취향을 반영하는 컬렉션에 속하며, 벨라스케스, 티치아노, 루벤스, 고야, 보스의 작품들을 깊이 이해하려면 프라도 미술관은 반드시 거쳐야 할 명소입니다. 스페인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특히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작품들도 볼 수 있어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주는 장소입니다. 

 

 이 글을 시작으로 다음 포스팅부터는 미술관에 소장된 주옥같은 그림들을 소개하며 작품 속 그 역사적 배경과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함께 가져보고자 합니다.